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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금산교회를 다녀와서...

김창제 장로(기독교문화 전문해설사)

2박 3일간의 제자훈련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좋은 계절에 가졌던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많은 감동을 느꼈던 국내 순교의 현장을 다니면서 가슴 아팠던 기억들이 새롭습니다.

수학여행 중 순교지가 아닌 교회였지만 또 다른 감동을 준 교회가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김제 금산교회입니다. ㄱ자교회, 남녀칠세부동석교회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하며 오래된 한옥으로 우리나라 초기예배당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만 우리에게 감동을 준 것은 그 교회가 가진 아름다운 전통 때문이었습니다.

금산교회는 구한말 미국 남장로교회 소속의 젊은 선교사 레위스 B 테이드 목사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교회는 선교사의 전도로 그 고장의 가장 큰 부잣집인 조덕삼이란 분의 사랑채에서 예배를 드림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 분의 수하에는 마구간을 관리하는 이자익이라는 청년이 있었고 이 사람도 주인의 영향으로 기독교 신앙에 접하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성장하자 교회는 한 분의 장로를 피택하여야 하게 되었고 공교롭게도 주인과 종이 경쟁을 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투표결과 종인 이자익 청년이 장로로 피선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교인들은 놀랐고 또한 추후 벌어질 일에 대해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주인인 조덕삼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들은 더욱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조덕삼은 “이것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저는 이자익 장로님을 모시고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하고 결과를 그대로 수용했다고 합니다. 아직 목사님이 없던 금산교회는 장로인 이자익 청년이 설교를 하게 되었고 주인 조덕삼은 마루에 꿇어앉아 자기 집 종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이후 2대 장로로 취임한 조덕삼 장로는 신앙이 깊고 지혜로운 이자익 장로를 평양신학교에 보내 공부를 시켰고 이자익 장로가 신학교를 졸업하자 바로 금산교회로 청빙하여 목사로 섬기게 합니다.

이자익 목사님은 장로교(아마 합동, 고신, 통합 등으로 갈라지기 이전 같습니다.) 총회장을 3번이나 역임하셨고 대전신학대학을 설립하는 등 수많은 사역을 통해 한국 기독교 역사의 중요한 인물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또한 주인이었던 조덕삼 장로님은 지금의 ㄱ자 교회의 터를 바쳐서 사재를 들여 건축하였으며 조덕삼 장로님의 아들과 손자도 장로로 금산교회를 섬기게 됩니다. 특히 손자인 조세형 장로님은 국회의원으로 존경받는 정치인이기도 하였습니다.

금산교회의 역사에는 이렇게 하나님을 경외하는 섬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섬김이 있는 곳에는 하나님의 존귀케 하시는 은혜가 있습니다. 세속화된 교회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이 세대의 교회들이 본받아야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번 방문에서 저를 놀라게 한 또 하나의 일이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교회의 벽에 걸려있었다는 당회록의 내용인데요.

‘주후 1921년 10월 1일 하오 8시에 두정리 당회가 제17회로 본 예배당에 회집하여 회장의 기도로 개회하니 참석원은 이자익, 이호종, 양순칠 제씨이다. OOO와 OOO 모친은 가정불화에 관하여 권면하고 OOO댁 OOO은 부모 불효와 주일 범하므로 권면하고 OOO는 도박한 일로 출교하고 OOO는 귀신공경 하므로 출교하고 OOO는 도박일로 학습제명하고 신행을 심사키 위하여 호출하기로 가결하다. 동 10시에 폐회하기로 가결하고 이호종씨 기도로 폐회하다.  

회장 이자익 인

서기 이호종 인’

당회의 권위와 교회의 공의와 질서가 느껴지는 내용입니다.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이런 교회의 치리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한국교회에서 더 이상 치리에 의한 징계를 거의 보기가 어렵게 된 것은 언제 부터인가 잘못을 밝히기 보다는 덮으려는 온정주의가 전반적인 교회의 흐름으로 정착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 보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교회의 치부를 밝혀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오히려 교회에 악영향을 주게 되고 역효과가 생깁니다.” 그럴까요? 이런 말에서 세속화된 교회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평양 대부흥이 “나는 죄인입니다.” 하고 장대현 교회에 모인 1500명 성도들에게 고백한 길선주 장로님의 회개로부터 시작한 것을 잘 압니다. 죄의 고백 후에는 용서와 은혜가 따름이 성경에서 가르치는 말씀임을 믿습니다.

사진으로 찍어온 당회록을 다시 한 번 읽어 보면서 나 자신을 살펴봅니다.

​코람데오-하나님 앞에서-라는 말이 더욱 생각나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