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지도자 수련회를 다녀와서...

서미옥 권사(울산제일교회)

사도 바울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듣지도 않은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전파하리요 기록된바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 함과 같으니라.(로마서 10장 14-15절)

그렇습니다. 교회는 결코 저절로 생기거나 세워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비록 모태신앙인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 의해 말씀이 전해졌고 말씀을 들은 우리의 조상 중에 한 분이 복음을 받아들여 믿게 되었고 그것이 우리에게 유전되어 왔습니다. 어쩌면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고 죽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 구속의 은혜를 누리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우리나라의 최남단 제주도, 대한민국의 땅이라고는 하지만 온갖 샤머니즘에 영적으로 병들고 삶에 찌들어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삭막한 오지중의 오지가 그곳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지역만의 독특한 괸당문화는 복음전파에 대한 작은 연결고리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온갖 미신이 판을 치는 폐쇄된 지역이었지요. 그러나 이곳도 하나님의 사랑을 결코 빗겨 갈 수는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이곳에도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 위한 놀라운 계획이 있으셨고, 이를 위해 한 사람을 예비하셨는데 그분이 바로 이기풍 선교사님 이었습니다. 제주도 선교는 결코 이 분을 빼고서는 설명을 할 수가 없답니다. 이 분과 마포삼열 선교사님과의 악연, 평양신학교 입학과 졸업, 대한민국 최초의 목사로 기름부음, 제주도 선교사로의 파송, 생사를 넘나드는 제주행 항해, 제주도에 복음의 씨앗을 뿌림, 복음의 열매를 맺음 등 제주도 선교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모든 복음의 역사가 절대로 우연히 이루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복음에서 소외될 수도 있었던 아름다운 섬 제주도를 향한 하나님아버지의 치밀한 계획과 사랑과 열정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요. 하나님은 그런 분이셨습니다.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시작은 항상 설렘과 기대입니다. 그냥 관광이 아닌 국내성지순례라는 타이틀은 설렘과 기대를 배가 시켰습니다. 첫날 이기풍 선교사님이 제주에 세운 첫 교회 성내교회에서 이기풍 선교사님의 사역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하나님의 명령이라면 죽음까지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흉내 낼 수 없는 그 분의 믿음과 나 자신의 연약한 모습이 오버랩 되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나님은 사용하실 분을 사용하시네요. 제 자신, 비록 연약한 믿음의 소유자이지만 언젠가 제 믿음의 분량만큼 쓰임 받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보았습니다.

금성교회는 제주도 최초의 자생교회라고 하네요. 이기풍 목사님이 제주도에 처음 도착하셨을 때 제주도에 이미 미조직교회가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마치 우리나라에 선교사가 들어오기 전 이미 교회가 있었고 번역된 성경이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육지 사람들을 배척하는 낯선 땅에서 이들의 존재는 이기풍 선교사에게는 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도 하나님의 제주도를 향한 섬세한 구원계획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일 년에 한 사람의 새 신자를 두고 기도한다는 금성교회 목사님의 말씀이 우리에게는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금성교회에서는 그렇게 귀하고 소중히 여기는 새신자 한 명이 우리에게는 그냥 흔한 한 생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교회를 찾아 온 한 생명, 한 생명의 영혼 구원에도 전력을 기울여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제주도의 4개의 순례길 중 ‘순종의 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순례길을 걷다보면 허물어져가는 옛금성교회를 볼 수 있습니다. 폐허처럼 방치된 옛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옛 예배당이 안전하게 옛 모습을 회복했으면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이는 저 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바람이었을 것입니다.

대정교회는 순교의 역사가 있는 교회입니다. 4.3 사건이 일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아 좌익무장대에 잡혀 기도하는 모습으로 순교 당하신 이도종 목사님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생매장 당해 숨이 넘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기도하시며 자신을 죽이는 자들의 죄를 용서해주실 것과 그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셨다는 얘기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며 순교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없었거든요.

버스로 이동하며 보는 제주의 바다는 울산의 바다와는 또 다른 모습입니다. 마치 투명한 물감을 덧칠하여 다양한 색을 만들어낸 수채화처럼 제주 바다는 형형색색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순례자들이 아무 때나 들어가 기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작고 아담한 순례자의 교회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제주도에 오는 관광객들이라면 한 번씩 들러본다는 아름다운 방주교회, 성경에 나오는 식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비블리아 식물원에서 만났던 키 작고 귀여운(?) 여자 목사님을 통해 들은 안타까운 이야기와 간증, 황홀한 자태를 뽐내던 색색의 수국 사이를 걷던 일 등 모든 것들이 다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남네요.

2박3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천국 생활을 경험한 이번 수련회는 제게 많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많이 웃기도하고 하나님께서 만드신 제주도의 놀라운 자연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또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행복해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전히 저의 마음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것은 우리 믿음의 선배들에 비해 한없이 초라하고 부족한 저의 신앙상태에 대한 부끄러움과 미안함이네요. 이제 부터라도 좀 더 예수님의 제자다운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물론 한 번의 성지순례여행을 통해 제 자신의 삶이 완전히 변화되리라는 확신은 없지만, 삶 가운데 제 자신의 신앙상태에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 나태하다는 판단이 들 때 마다 제주도에서 느꼈던 마음의 아픔과 감동을 다시 기억해보려고 합니다. 방문했던 곳마다 목사님의 인도에 따라 간절히 기도하면서 느꼈던 뜨거움을 잊지 않고 간직하려합니다. 마음의 아픔과 감동을 통해 역사하신 하나님아버지를 찬양합니다. 그 분에게 모든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립니다.